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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

섣달 열하루

    섣달 열하루 김옥화 싸락눈 사락사락 내리는 밤 적막감이 고요히 흐르던 방안에 따스한 온기 스미니 오랜만에 감도는 아늑함에 젖어 본다 베갯머리 마주하고 닮고 싶지 않다고 앙탈하더니만 어느덧 닮아 가는 두 모녀 도란 도란 옛이야기 풀어놓으며 엄동설한 긴긴밤을 지새운다 이 밤 지나면 훌 훌 떠나겠지 새벽아 오지 마라. 해야 뜨지 마라. 소리 없는 외침에 따가워진 목젖은 휑한 빈소리만이 허공을 맴돈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벽종 소리에 살며시 일어나 하얀 쌀밥, 뽀얀 미역국, 잡채 한 접시 촉촉히 물기 어린 아침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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