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라면
감자꽃
있는 것보다 없는 것 더 많은 신접살림이
힘겨워 잠시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지요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 온 나날들
소 한마리가 밭이 되고 논이 되어
살림살이 불어나는 것과
올곧게 자라 제 앞가림 잘하고 있는 삼남매
그것은, 오로지 나의 노력때문 이라고 믿었지요
허나,
그것은 착각이 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땐
당신의 몸은 병들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오
십수년 혈액 투석에 당뇨 합병증으로
앞을 볼 수도 없고 걸을 수 없는 당신
아픔을 무던히 참고 견디는 모습 안타까워
뒤돌아서 노을지는 하늘을 봅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는 걸
보이지 않는 세상 마음의 빛으로 보세요
튼튼한 다리가 되어 드릴께요
여보,
내 옆에서 숨소리만 들려줘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답니다
세상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곱고 아름다운
당신과 함께 라면...
(요양보호사 교육을 함께 받았던 선생님 이야기랍니다. )
점심시간만 되면 부랴부랴 집으로 갑니다.
신장병으로 혈액 투석에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다리까지 못쓰는 아내 점심 챙겨 드리기 위해서요.
십년 넘게 아내 병간호를 지극 정성으로 하고 계시답니다.
얼마전에는 지갑 속에 고히 간직한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
꺼내 보여주시더군요.
자그마한 몸집에 선한 눈매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사시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께 힘찬 박수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How Can I Keep From Singing / 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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