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엄인옥
쳇불에 그림자 하나 굴러간다
손 때 묻은 도드미 살 사이로
내리지 못한 메밀껍질 하나 붙어 간다
차고 서늘한 쭉정이가 모이는 곳
껍질 벗지 못해 켜켜이 쌓인 체기가 역류하듯
고운체가 슬그머니 돌아 앉아 가슴을 내린다
서걱서걱 메밀 분가루가 바람꽃으로 인다
뽀얀 화장을 덧칠하는 나무 이남박 닮은 얼굴
손끝에서 여린읗 같은 기억을 반죽하자
어레미 칸 사이로 그리움이 촘촘하게 모여 든다
메밀꽃이 달을 만나 스러지는 밤,
해마다 드는 기둥의 바람기를 거르지 못해
함지위에 쳇다리를 걸치고 체기를 거른다
울퉁불퉁한 부엌 바닥에 앉아, 어머니는
아카시아 가지를 툭툭 쳐 불을 땐다
금방 사그라지는 불꽃에 애벌구이를 올리고
땀방울 걸러 생을 반죽하던 어머니,
어머니가 메밀밭 가강귀를 돌아
종이 비행기를 타고 화전 밭으로 간다
뜯어진 쳇불을 메우던 뭉툭한 손끝이
도드미에 설렁설렁 거른 낱알을 받아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