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과

초등학교 동창회/박칠희

작은 들꽃 2015. 3. 29. 05:43

      초등학교 동창회 박칠희 머뭇머뭇 악수를 한다 생각이 날듯 말듯 누구신가요?'아무개올시다''아무개?' 생소한 모습과 이름 저 쪽에서 노신사 다가온다 지팡이도 동행했다 '오랜만이오''누구신가요?'아무개올시다''아무개?' 누군가'킥'하고 웃는다 저쪽에서도 '킥'웃었다 약속이나 한듯 다 함께 웃었다 새삼스럽게' 세월'의 무게를 절감하면서 60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회 코흘리게, 단벌머리 나풀대던, 초롱초롱했던 눈동자. 복숭아 같이 불그스레했던 예쁜 얼굴... 머리에 하얀 꽃 성글게 피고 메마른 손과 손 "야! 가자 60년 전으로" 누가 말했다 우리는 60년 전으로 달려갔다 세상에서 제일 넓게만 여겨졌던 운동장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울창한 숲 사열이나 하듯 줄지어 피었던 코스모스 꽃 길 냇가로 소풍 가자 다슬기도 잡고 보물찾기도 하고 운동회도 열어 달리기도 하자 학예회도 열어 너는 독창 우리는 합창 두서없는 이야기들 끝이 없다 '아무개'의 이름이 어렴풋이 생각나려는데 어느덧 해는 저녁노을 속에 스며들고 외면하고 싶은 "작별"을 눈빛으로 전한다 기약없는 만남을 약속하며 '아무개'의 안녕을 서로 빌었다. Jeg Ser Deg Sote Lam ( 당신곁에 소중한 사람 ) / Susanne Lund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