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혼밥
사랑 / 김옥화 혼밥 / 김옥화
따가운 수염이 얼굴을 콕콕 찌른다 하루 종일 밭고랑을 헤맸던 툭 불거진 손가락
촉촉한 콧바람이 입을 더듬는다 콕콕 쑤시는 마디마디 안티프라민을 듬뿍 바르고
진통제 한 알에 취해 잠이 들었다
모르는 척 이불을 당겨 덮었더니
가슴을 두발로 꾹꾹 누르며 파고들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인데
배꼽시계는 밥 달라고 요동을 쳐댔다
팔베게를 했었던 한쪽 팔을 내밀었다
내주먹만한 머리를 살면서 얹는다 며칠 된 누렇게 변한 밥을 큰 대접에 퍼 담아
어제 무쳐놓은 오이생채를 고추장에
골골 들리는 숨소리 대충 비벼 마른 입에 꾸역꾸역 넘기다 사레가 들려
차츰 저려오는 팔 급히 찬물 한 모금을 마시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나비가 깰까봐 움직이지도 못한 밤 윙윙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뭐라는 이도 없는데
열배나 큰 내 머리를 안아주었던 밥 한 술에도 울컥울컥 목이멘다.
그 팔베게
긴긴 겨울밤 얼마나 저리고 아팠을까. 2019년 7월 15일
*나비(고양이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