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온 가랑잎
정표/이재학
지난여름 내내
세찬 비바람과 거친 하늘에
여기저기 떠밀려 다니더니……
언제 어디서 왔을까?
진한 커피 향 그리운 가을을 데리고 왔다.
홀로 이 떠도는 나그네처럼
때론 낯선 도심 공원 한구석
빈 벤치에 기대어
스쳐 가는 바람에 담배 연기 날리며
그래도 한 가닥 했던 지난날을
혼자 온 나, 가랑잎 인양 고독을 씹으며
거침없이 걸어온 길 되돌아본다.
여태 베지 않은 논두렁 사이로
고개 숙인 벼 이삭 들의
인생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나그네 같은 가랑잎 하나도
농부들의 고마움 만은 잊지 못하나 보다.
햇살 따사로운 하늘 아래
활짝 핀 들국화 꽃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 표정처럼
혼자 온 가랑잎을 반가이 맞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