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목백합 동산 교정을 떠나며

작은 들꽃 2012. 11. 7. 03:43

 

오늘 오후 잠깐

요란스레 쏟아지는 가을비에

우수수 떨어져 날려가는 목백합 잎새들을 바라보니

불현듯 다가오는 슬픔이 있더이다.

얼마 전 찍어 두었던 교정의 사진들을 꺼내보며

언제 다시 저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그때 그 사람들은 어찌 볼 수 있을까 생각되었지요.

 

11월 17일부터 학교 이전이 진행되니

11일 방송고 수업이 이 교정에서 마지막이 되겠군요.

좋은 추억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세상 만물이 다 변하니 영원한 것은 없다)이라 하였으니

우리 주변은 물론 자신도 변해가고, 결국 모두 떠나갈 터인데...

집착이 부질없는 것인 줄 알기는 하지만

그냥 놓아두고 떠나는 마음이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지요.

 

혹시나 하며 제가 한 가지 언약을 드리려 합니다.

내년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4시  

저 목백합 나무 아래로 오시면, 함께 사진 한 장 남기고, 술도 한 잔 나누지요.

 

無言而無不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