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을동비

아버지와 담배/최은선

작은 들꽃 2013. 1. 18. 06:23

 

      아버지와 담배 황금빛 노을/최은선 길을 걷다 담배 꽁초만 눈에 띄어도 그리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밥보다 술과 담배를 더 좋아하신 아버지 급기야는 위암 말기 문턱에 누우시고 목구멍과 코로 연결된 가느다란 관에 거미줄 같은 목숨을 지탱하신 지 어언 달포쯤 "선이야, 담배 한 모금만, 한 모금만......" 교복 주머니 속에서 딸랑거리는 토큰으로 사드린 가치담배 그 담배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박꽃 같은 하얀 미소 짓던 아버지 담배 한 개비에 얽힌 추억은 기억 속의 아버지와 나만 간직한 특급비밀이 되었는데 문득 아버지가 그리워 아이들을 데리고 산소를 찾아간 날 아버지 발 앞에 담배 한 개비 피워 드리며 삼십 년 전 그 시절처럼 속삭였지요 "아버지, 다섯째 딸이 효녀지요" 산을 넘던 저녁 햇살이 너무 따가워 눈물이 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