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담배
황금빛 노을/최은선
길을 걷다 담배 꽁초만 눈에 띄어도
그리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밥보다 술과 담배를 더 좋아하신 아버지
급기야는 위암 말기 문턱에 누우시고
목구멍과 코로 연결된 가느다란 관에
거미줄 같은 목숨을 지탱하신 지 어언 달포쯤
"선이야, 담배 한 모금만, 한 모금만......"
교복 주머니 속에서 딸랑거리는 토큰으로
사드린 가치담배
그 담배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박꽃 같은 하얀 미소 짓던 아버지
담배 한 개비에 얽힌 추억은
기억 속의 아버지와
나만 간직한 특급비밀이 되었는데
문득 아버지가 그리워
아이들을 데리고 산소를 찾아간 날
아버지 발 앞에 담배 한 개비 피워 드리며
삼십 년 전 그 시절처럼 속삭였지요
"아버지, 다섯째 딸이 효녀지요"
산을 넘던 저녁 햇살이 너무 따가워
눈물이 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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