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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

모닥불

 

 


      난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이면 불현듯 생각나는 분이 있다. 어린시절 집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좋아 숫가락 놓기 무섭게 일찌감치 등교 하면 난로에 조개탄 넣시다 그으름에 얼룩진 얼굴로 반갑게 맞아 주시던 선생님 춥지? 이리와서 불 쬐라! 산길로 들길로 추위에 오돌오돌 떨며 오는 아이들 걱정되어 낡은 주전자에 물 끓여 놓고 아이들을 기다리시던 선생님, 가끔은 난로 위에 고구마며 가래떡이 올려져 있어 일찍 오는 몇몇은 그 꿀맛을 은밀히 즐기기도 했었다, 점심시간 무렵이면 도시락이 켜켜로 난로위에 올려진다. 그 중 바지런한 아이는 맨 밑에 있는 건 위로 위에 있던 건 아래로 차례를 바꿔가며 도시락이 골고루 뎁혀지게 바꿔 놓는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배속에선 꼬르륵 꼬르륵 요통을 친다. 일부 아이들은 점심시간 되기도 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꺼내 먹기도... 점심시간에 펼쳐 놓은 도시락은 집안 형편에 따라 각양각색 계란이 올려져 있는 도시락, 김치만 있는 도시락, 콩자반 멸치볶은 어묵조림 그중 고추장 된장만 싸온 아이도 있었고 또 그마저 못 싸온 아이들은 성생님이 살짝 부르신다. 나는 난로 위에 몇번이나 도시락을 올려 놓았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졸업 후 선생님께서 집에 찾아 오셨었다. 나는 부끄러워 대접도 제대로 못하고 숨었던... 그 후 한번도 뵌 적 없다. 대학생이 된 내 모습 보시면 아마 눈물 지으실 것 같다. 아직 생존해 계신지...한겨울 난로 처럼 따스했던 선셍님 선생님, 저도 어느덧 환갑 나이가 되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뵙고 싶습니다. 만수무강하세요! 갑오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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