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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을동비

웃는 연습/ 임민자

      웃는 연습 임민자 지뢰꽃길에서 꽃을 심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회원이 모른 척 한다고 서운해 했다. 일하느라 미처 발견 못해 사과를 했다. 그리고 포근히 안아주었다. 그녀는 기념으로 사진 찍자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언니! 김치~" 아무리 웃고 싶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굳어버린 내 모습을 타박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젊은 시절에는 남의 집 품팔이 하고 피곤에 지쳐도 자식들만 바라보면 해바라기가 되곤 했었다. 마을사람들은 내가 말만 걸면 잘 웃고 농담도 서슴없이 받아주곤 했다. 또 부녀회일을 여러해 보면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과 잘 통해 경노당 관광 갈 때면 꼭 데려 갔다. 항상 잘 웃는다고 마을사람은 '방글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나름대로 별명값을 하려고 형편이 어려워도 가까운 이웃조차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게 했다. 남에게 속내를 안 보이면서 매사를 긍정적인 생각으로 풀어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오래도록 지켜본 지인들은 속빈강정인 줄 모르고 꽉찬 알배기로 인정을 했다. 언제부터 내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굳은 표정이 되었는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봤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 갖게 되었다. 내가 겪었던 숱한 역경들은 그들과 비교하면 한낱 투정에 불과했다. 스치는 인연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으면 내가 주인공이 된듯 착각에 빠졌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내 울타리를 벗어나면 충격적인 타인의 삶이 내게로 디기 왔다. 그때부터 머릿속이 온갖 혼란으로 뒤엉켰다. 또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도 웃음을 잃게 한 공범으로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비춰봤다. 예전보다 볼 살은 들어가고 잔주름만 늘었다. 입가를 씰룩거리다 깔깔 댔다. 아무리 웃어도 어색하다 이제는 내 얼굴에 책임지는 나이가 되었다. 수다스런 웃음보다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온화한 자연 미소가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꽁꽁 묶은 매듭도 한 올씩 풀련다. "너는 귀하게 태어났고,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야..." 기분이 상쾌하다. 웃음도 저절로 나온다. 거울 속 그녀도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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