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에 실을 꿰는 이유>
- 돌샘/이길옥 -
어머님께서 바늘에 실을 꿰신다.
실 끝이 자꾸 바늘귀를 빗나간다.
저승에서도 눈이 어두우신가 보다.
몇 번 침을 묻혀
실 끝을 바늘 끝보다 날카롭게 벼린 뒤
바늘귀에 끼워 넣기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머님 생전에
불효로 찢긴 가슴을 깁고
갈등으로 갈라지고 터진 형제들이 흠집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틈을 메우시려는
어머님의 한이 보인다.
내가 바늘과 실을 뺏으려 해도
한사코 손사래로 막고
자꾸 좁아지는 바늘귀에 실 꿰는 일로
구천에서도 어머님은
맘을 편히 놓지 못하시나 보다.
오늘 밤도
어머님께서 바늘에 실을 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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