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쑤는 날
하얀목련/김백란
비오는 날 메주를 쑨다
좋은 날 다 어쩌고 오늘 같은 날 메주를 쑨다
비를 맞으며 따뜻함이 전해져 올 때
불꽃이 꽃잎처럼 피워 올라
잠시 마음이 따뜻해지고
움직이는 꽃잎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솥뚜껑을 열고
구수한 콩내음을 맡는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젖어들어 가는 어머니 내음을 들이킨다
콩은 점점 색이 짙어져 가고 커져간다
메주덩이 안에서 형체를 잃어버리고
서로 엉겨붙은 콩은 메줏덩이 만한 꿈을 꾸면서
봄을 기다려야 한다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꿈이 있어
너는
행복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