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임지현
들일 끝내고 오시는길
당신의 허기짐과 고단함보다
배 곯며 기다릴 딸이 눈에 밟히셨을까
맨손으로 가시촘촘한 찔레 무더기 헤쳐가며
여린 찔레순을 꺾으셨던 엄마
당신의 고단함보다
손에 들린 찔레순에 먼저 눈이 갔던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씹기에 바빴던 철없는 딸
찔레꽃 무덤 사이로 소쩍새 우는 봄
찔레순 따시느라 가시에 찔리는 줄 몰랐던
달게 찔레순 씹던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당신의 가시찔린 손등이 이제야 보입니다
찔레꽃 시들기 전 당신에게로 달려가야겠습니다
지금껏 기다려주신 엄마 감사합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아직 전할 당신이 곁에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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