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이삼촌* / 박은영
우리 삼촌은 첫 단추를 잘 못 끼웠어요
그때, 총부리가 옆구리를 찔러댔거든요 단추공장**에 가야한다고요 서귀포 공장은 문을 닫은 지 오랜데
후박나무 가지가 따뜻한 실로 이파리를 달던 시절
삼촌은 소라껍데기로 단추를 만든다고 했어요 단추를 귀에 대면 파도 소리가 들릴 거라고 했어요
손을 떨던 삼촌은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했죠 첫 단추를 잘 못 끼워 남는 구멍이 없었거든요
결국, 삼촌은 우스꽝스런 그날을 걸치고 공장으로 갔습니다
열일곱 삼촌이 그림자를 둥글게 말던 보름, 단추 하나 밤하늘에 달려 있었어요
수천 년이 지나도 벗겨지지 않을 어둠의 겉옷,
나는 잘 못 끼운 그날을 생각해요 우스꽝스런 기억을 풀고 다시 차근차근 끼울 수만 있다면 옷을 잘 입은 삼촌이 순이야 순이야 파도 소리를 내며 돌아올지도 몰라요
후박나무 가지가 꽃눈으로 매듭을 짓는 봄밤
단추를 잘 못 끼워 우스꽝스러운 건 우리 삼촌인데,
왜 자꾸 세상을 보면 웃음이 날까요
*제주 4.3사건을 다룬 현기영 작가의 중편소설 제목.
**제주 4.3사건 당시, 학살하기 전 사람들을 집단으로 수용했던 곳이다.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 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