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냄새
전영아(관광4)
엄마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시다 가셨다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코를 싸쥐고
지나가며 우리집에서 생선 썩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너무나 가까운 일상에서 나는 그 냄새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엄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젊디젊은 나이에 방바닥을 짊어지고 있으라는 형벌을 받으신 걸까
내장이 서로 다 통해버려 끊임없이 밑으로 오물이 흘러나왔다
몸은 말 할 수 없이 망가졌어도 정신만은 초롱같아서
자리 밑에 비닐을 덧씌우고 당신 손수 기저귀를 갈아 받치면서도
한 번도 내게 몸을 보이지 않으셨던
엄마
유방과 자궁이 온전해야 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딸은 엄마의 유전자를 빼닮는다는데
엄마가 겪은 그런 고통을 결코 겪지 않으려고
조그만 근종 하나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여자를 버리고 말았다
저승은 몸이 망가져야만 갈 수 있는 것일까
어젯밤 꿈엔
담벼락에 기대서서 엄마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섰던 어린 내가
저만치서 다라이를 이고 오는 엄마를 보고 쪼르르 달려가고
삼랑진 오일장 초라한 생선장수 좌판에서
허옇게 소금에 절여진 엄마를 만났다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은 꿈에서 깨어난 아침
냉장고에서
사다 놓은 지 한참 지나 살이 물러 물컹거리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생선 한 토막을 발견했다
삼십 년 전에 엄마에게서 났던 그 냄새를 만났다
지독한 냄새는 길잡이인양 죽음을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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