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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나무의 소망

쑥부쟁이/김종순

 





쑥부쟁이

깃을 세워 비켜 가시려는 바람이여

길가에 초라한 군상을 스치더라도 가시지요

화려하지 않지만 질긴 생존을 한아름 안고

오늘을 지켜 가고 있지요

서릿발 같은 인연은 밟힐 듯 다가와서

어찌하느냐고 애처러워 마세요

이미 운명인 것을 느낀 지 오래니까요

옹기종기 엮어 앉아 귀두라미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면 바람은 잎새를 가려 그리움을

피해갈 수 없겠지요

가끔 진한 체온으로 지나시는 날이면

곱게 깔린 사모의 언어를 주체할 수 없어

행복에 겨워하지요

숨겨 놓은 유혹을 펼쳐 머물게 하고 싶어
푸릇한 꽃술에 심어 놓은 영혼의 분신을 지나시는 발걸음 마다 뿌려드리는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