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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을동비

봄 들녘/최은선

      봄 들판 황금빛노을/최은선 저 산비탈 밑에서 돌 틈새로 졸졸졸 도랑물 흐르는 소리 귓전에 들리는 듯합니다 그 소리 듣고 앞개울 버들 강아지 실 눈 뜰 때 우주가 잠시 꿈틀댑니다 그 자그마한 봄이라는 몸이 이렇게 큰 울음소리로 하늘을 열고 있습니다 고요가 흐릅니다 생명의 고요가 흐릅니다 그 고요들이 새벽녘 이슬처럼 내려와 서러움에 알싸한 달래가 되고 그리움에 달작지근한 냉이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밭고랑을 사랑하는 그분들은 논두렁에 버드나무 한그루 심어 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없습니다 봄이면 햇살 가득한 살랑 바람으로 다가와 빈가지만 흔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환영이 듯 가물가물 들판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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