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국문학과

체/엄인옥


 

      엄인옥 쳇불에 그림자 하나 굴러간다 손 때 묻은 도드미 살 사이로 내리지 못한 메밀껍질 하나 붙어 간다 차고 서늘한 쭉정이가 모이는 곳 껍질 벗지 못해 켜켜이 쌓인 체기가 역류하듯 고운체가 슬그머니 돌아 앉아 가슴을 내린다 서걱서걱 메밀 분가루가 바람꽃으로 인다 뽀얀 화장을 덧칠하는 나무 이남박 닮은 얼굴 손끝에서 여린읗 같은 기억을 반죽하자 어레미 칸 사이로 그리움이 촘촘하게 모여 든다 메밀꽃이 달을 만나 스러지는 밤, 해마다 드는 기둥의 바람기를 거르지 못해 함지위에 쳇다리를 걸치고 체기를 거른다 울퉁불퉁한 부엌 바닥에 앉아, 어머니는 아카시아 가지를 툭툭 쳐 불을 땐다 금방 사그라지는 불꽃에 애벌구이를 올리고 땀방울 걸러 생을 반죽하던 어머니, 어머니가 메밀밭 가강귀를 돌아 종이 비행기를 타고 화전 밭으로 간다 뜯어진 쳇불을 메우던 뭉툭한 손끝이 도드미에 설렁설렁 거른 낱알을 받아 안는다.

'국어국문학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안 만들기/ 권영자 (북부국문1)  (0) 2014.01.06
빈 통장 속의 오후  (0) 2013.12.23
송년의 시  (0) 2013.12.11
기말 시험 끝나는 날 /朴福洙(국문2)  (0) 2013.12.08
짧은 꿈  (0) 2013.08.29